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다면, 처음으로 올리는 노래는 이 노래가 될 거라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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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국문화원 블로그(http://blog.britishcouncil.or.kr)를 들렀다가 그 곳에서 브릿팝에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. 그러기에 겸사겸사. 이제 이 포스트는 브릿팝 연말 행운 대잔치 이벤트에 참여하는 포스트임을 밝히는 바이다. 좋은 게 좋은 거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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'영국'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면, 난 이 노래를 빼놓을 수 없기에.
Olympian (1995)
N : 이제와 이야기 하는건데, 난 그 때 살려달라고, 제발 날 좀 잊게 해달라고 울면서 찾아갔던 것 같아.
K : 누구를?
N : 런던을. 런던은 마치, 생명이 있는 한 사람 같았거든. 당시의 내게.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걷어붙인, 몸에서는 단 내가 나는 푸근한 엄마는 아니고, 회색 머리칼에 차가운 눈을 가진, 나보다 열 살 가량 많은 그런 남자 같았어.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확힌 알 수 없지만, 아마도 그 삶은 거칠었으리라 다만 짐작할 수 있는. 왜, 만화 속에 그런 사람 자주 나오잖아. 울면서 고민을 털어놓으면, 아무 말 없이 들어주다가, 마지막에 멋진 목소리로 한 마디 하는거지. "힘들었겠구나." 그러면서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거야. 당시의 내게 런던이 그런 사람 같았어. 아니 그런 '도시'. 내 모든 걸 아무 말 없이 받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. 히드로 공항에 떨어지자마자, 담배 한 대 물고 회색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, 이런 생각이 들더라. "아, 나 정말 제대로 찾아왔구나." 하는.
K : 근데 왜 런던 말고 옥스포드에 먼저 가서 살기로 한거야?
N : 영국에 공부하러 가겠다고 처음 말을 꺼냈을 때, 그 때 사실 나 반쯤 미친 상태였어. 그리고 나 그냥 이 도시를, 이 나라를 떠나고 싶었거든. 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살고 싶었지. 시작은 그랬는데, 그 미쳐있던 와중에도 또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봐야지, 하는 맘이 생기더라구. 런던은 너무 북적해서 공부하기에 좋지 않은 도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어. 근데 또 그래도, 런던이랑 너무 떨어지고 싶지 않은거야. 그래서 런던이랑 너무 멀지 않은, 그나마 공부할 분위기가 되는 도시를 찾은 게 옥스포드야. 가서야 알았는데, 라디오헤드가 옥스포드 출신 밴드더라고. 그래서 또 생각했지, 이야, 나 이 사람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구나. 하하, 그들의 흔적은 그 도시 어디에도 없었지만.
K : 옥스포드는 어땠어?
N : 내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아? 거긴 내 고향 같은 곳이야.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, 옥스포드 만큼 정이 가진 않아. 음, 작은 트러블이 몇 개 있었지. 하지만 다 내가 감내할 수 있던 정도의 일들이었어. 아, 한 가지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, 모바일. 그 놈들이 나한테 한마디도 안하고 내 먼쓸리 모바일을 끊어버린 거! 난 그 때 영어 정말 못하던 때였거든. 누구 영국 간다는 사람 있으면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. 아무리 가격이 싸도 3 mobile은 절대 쓰지 말라고! 보다폰이 짱이라고!
주말이면 펍에 앉아 수다를 떨었어. 여긴 죽어라고 작은 도시고 클럽은 가도 가도 똑같은 곳들 뿐이고, 길 걸어가면 아는 사람들 밖에 없다고. bloody small, boring, nothing to do. 그 때는 그렇게 불만투성이었지만, 또 다른 의미로 지금 가장 그리운 건 옥스포드야.
K : 런던은 언제 넘어간건데?
N : 4월. 그 때도 제법 쌀쌀했어. 짐을 싣고 플랏메이트 차를 타고 가는데, 노래를 듣다보니 아 너무 신나는거야. 소리쳤지. "new life has just begun!"이라고. 걘 날 보면서 웃었고.
처음엔 스쿨 레지던스에서 3주 동안 살았어. 브릭 레인 근처에 집을 구하기 전까지. 적응하기까지 힘든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. 길 찾는 거 빼곤. 알잖아, 나 좀 많이 길친거. 몇 번 와본 런던이었고, 모두들 친절했고, 날 예뻐했고, 영어도 대충 하던 때였고. 순조로운 나날들이었어.
K : 그래, 영어는 좀 하게 된 거야?
N : 사람들은 내가 마치 영국에서 나고 자란 애라도 되는 양 그 질문을 해. 말하건대, 나 영어 못해. 처음 갔을 때, hi my name is n thank you 하던 거에 비하면 놀랄 수준이지만 아직 멀고 멀었어. 그래도 술 마시면 말이 제법 나오더라. 그래서 나 매일 밤 취해있었던 걸지도 몰라. 펍에선 아무하고나 친구가 됐지.
레이스터 스퀘어 근처 클럽 하나에서 만난 톰이라고 불리던 애는 나 영국에서 영어공부한다니까 영어공부하는 최고의 방법은 영국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라며 자기 얼굴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었어. 하지만 미안 톰, 걔 얼굴은 리한나 목소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.
K : 세 가지만 골라봐. 런던에서 가장 좋았던 일.
N : 음 어렵다. 생각 좀 해보고……
일단 첫 번째는, 런던에서 살게 된 처음 날, 그 때 봤던 빅 벤이야. 도착하자마자 짐 속에서 구두만 꺼내서 방에 늘어놓고 피카딜리 서커스로 나와서 S오빠를 만났어. 오빤 나보다 일주일 앞서 런던에 도착했었거든. 차이나 타운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, 걸어서 트라팔가까지 간 다음에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 씩을 사들고 템즈강으로 또 걸었지. 해는 이미 졌었고, 반짝이는 빅 벤을 보면서, 아 이게 이제 일상이 되겠구나, 했지. 벅차오르더라구. 그래, 그 질리도록 보았던 그 빅 벤을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네.
그리고 두 번째는, S를 만난 거. M오빠랑 The View 공연을 보러 갔었지. 갔는데 우리 옆에 일본애로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혼자 있었어. 말을 걸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, 신나게 놀다 보니까 얘를 놓쳤어. 공연 끝나고 캄덴에서 한 잔 할까 했는데 주말이라 펍마다 자리가 없었고, 시간도 어중간해서 그냥 돌아왔지. 그래서 리버풀 스트릿 스테이션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, 버스 제일 앞 자리에 아까 그 여자애가 앉아있지 뭐야! 말을 걸었어. 안녕, 나 아까 공연장에서 너 봤어 일본 사람이지? 맞대, 그러면서 awesome show였다고 하더라. 번호 받고 며칠 뒤에 브릭 레인에서 만났어. 아, 생각난다, 우리 그 때 술 사가지고 cafe 1001 앞으로 걸어가는데, 시큐리티가 너네 여자 둘이서 그 술 다 마실거냐고 입 떡 벌리고 물어봤던거. 그만큼 우리 술도 좋아하고, 담배도 좋아하고, 음악 좋아하고…… 정말 딱 어울리던 여자애 둘이었지. 지금도 계속 연락해, 내가 좀 게을러서 가끔 연락이 끊기지만 말야, 헤.
그리고, 음, 그래, 마지막이지. 집 근처에 빅토리아 파크라는 큰 공원이 있었어. 페스티벌이 열릴만큼 큰 공원이었는데, 거기 저녁 먹고 산책하러 종종 나갔지. 어느 날은 노트와 펜을 들고 갔었어. 글 좀 써보려고 말이야. 펜을 들고 앉아 있는데, 할 말이 별로 없더라. 그래서 그냥 멍하니 사람 구경을 했어. 큰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배 나온 아저씨, 유모차 끌고 가는 금발의 엄마들, 열심히 뛰는 커플, 사람을 겁내지 않는 다람쥐와 부리가 주황색이던 까만 새. 근데 참 이상하게도 말이야, 그 풍경을 보는데 느꼈어. 이건 내 것이 아니다. 내가 가질 수 있는 삶이 아니다, 라는 걸 말이지.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어. 그 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며칠 안남은 상태였었거든. 이게 왜 '좋았던 일'이냐고 묻는다면…… 글쎄, 좋은게 좋은거지.
K : 그러면 반대로, 최악의 일은?
N : 음, 잘 기억나지 않는 걸…… 그거 알아? 인간의 기억은 선택적 속성을 지닌다는 거? 그니까 말이지, 무가치하다고 여겨지는 건 아예 기억을 못하는거야. 혹은 안하는 거.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 런던에 관한 나쁜 기억은 없어. 아, 하나 있다. 베이루트 보러가서 암표상한테 40파운드 사기당하고 온 거. 그 때 일주일간 자다가도 머리를 쥐어 뜯었었어, 하하하. 나 그 때 그 암표상 플라시보 보러 갔다가 또 봤었어. 그 놈은 날 기억했는지 어쨌는지. 다른 일은, 딱히 없어.
K : 다시 런던 갈 생각있어?
N : 당연하지. 생각이야 얼마든 할 수 있는 거 아냐? 벌써 한국에 돌아온 지 세 달이 훌쩍 넘었는데도 나 매일 눈을 감고 머릿 속에 그려. 아침마다 홀본가는 8번 버스를 타고, 오는 길엔 테스코에 들러서 장을 보고, 저녁을 먹은 후엔 내 방 창문틀에 앉아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우는거야.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멍해져. 눈만 한 번 감았다 뜨면, 난 지금이라도 바로 런던 내 방 안에 그 큰 침대 위에 누워 있을 것 같아.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옥스포드에 갈 수 있을 것만 같고 말이야. 나 아직도 이만큼 그리워하고 있어. 하지만, 이제 내가 정말 다시 갈 수 있을까 모르겠어. 그래, 언젠가 죽기 전에 한 번은 또 갈 수 있겠지. 그러니 그 때까지 난 그저, 그립다 그립다 말만 하는거야. 런던이 날 얼마나 더 기다려 줄 수 있는진 모르겠어. 다만 소망하지, 영원히 기다려달라고.
K : 마지막으로,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.
N : 이 노래엔 그래,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야. 하지만 30%의 기억이 아프다면, 나머지 70%는 영원히 떨쳐낼 수 없을 만큼 소중해. 너도 그래. 차가운 말을 제법 했지만 한바탕 폭풍우가 몰아치고 나니 좋아하는 감정 보고 싶은 마음 다 떠나서, 잠잠하게 좋은 기억들만 남았어. 처음으로 타워 브릿지를 보러 갈 때, 네 손을 잡고 계속 이 노래를 불렀던 생각이 나. 그래서 K, 이젠 다시 부를 수 없는 네 이름을 이 곳까지 끌고 왔어.
런던 잘 다녀와. 다시 한 번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꿀 수 있길.
-
my kith and kin
i have sinned
i didn't hear the siren, or see him giving in
my kith and kin
i have sinned, again
and he said
"London, can you wait
or all the things I have to say
London can you wait".
my kith and kin
i have sinned
the alarm rang loud, the lights were on
i didn't see a thing
my kith and kin
death just waked in, again
and he said
"London, can you wait
for all the things I need to say
How long can you wait?".
i was having the time of my life.
so why did you have to die?
i'm lost
again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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